사진출처:MHN
한 줄의 퍼트가 바꾼 인생
2025년 10월 19일, 약 8미터 거리의 버디 퍼트. 공은 굴러갔고, 홀컵 안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5차 연장전 끝에 이율린(23세)은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그 순간, 81번의 도전과 시드전 위기,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았던 컷 탈락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을 겁니다.
하지만 이율린은 누구일까요? 어떤 길을 걸어왔기에 이 감동적인 순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이율린, 그가 걸어온 길
국가대표 출신의 재능
이율린은 프로 데뷔 전 국가대표를 지낸 유망주였습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정규 투어에 진출했지만 초반에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며 주춤했던 선수였죠.
재능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골프는 재능만으로 되는 스포츠가 아니었습니다. 프로 무대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치열했고, 매 순간이 생존의 싸움이었습니다.
2023년, 정규 투어 데뷔
2023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이율린은 그해 10월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준우승의 짜릿함과 동시에 찾아온 아쉬움. 한 타 차이로 놓친 우승. 그때는 몰랐습니다. 다음 우승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것을.
2024년, 길고 긴 터널
2024 시즌은 이율린에게 잔인했습니다. 25개 대회 중 13개 대회에서 컷 탈락을 기록했고, 시즌 상금 랭킹 74위에 머물렀습니다.
숫자는 냉정했습니다. 74위. 이 순위는 다음 시즌 출전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였습니다. 시드전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현실이었죠.
골퍼에게 출전권은 생명줄과 같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무대에 설 기회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이율린은 기로에 섰습니다.
두산건설과의 인연
위기의 순간, 새로운 기회
2025시즌을 앞두고 이율린은 두산건설 We've 골프단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시드전에서 1위로 통과하며 정규 투어 재입성에 성공한 직후였죠.
두산건설 골프단은 "시드전 1위에 오른 데서 이율린의 가능성을 봤다"며 "국가대표 출신으로 정규 투어에서 주춤했던 그의 잠재력이 터져 나올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믿어준 사람들의 힘
이율린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골프는 개인 종목이지만 두산건설 골프단에서 팀의 든든함을 느끼고 있다. 상반기 컷 탈락이 이어져 실의에 빠졌던 시기에 회장과 단장의 응원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의 존재입니다. 이율린에게 두산건설 골프단은 단순한 소속팀이 아니라, 힘들 때 버틸 수 있게 해준 든든한 울타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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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황유민의 응원
이율린에게는 특별한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황유민입니다.
두 선수는 국가대표 시절부터 절친이었습니다. 황유민은 2024년 10월 초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미국행 티켓을 거머쥐었죠.
이율린의 우승 직전, 황유민은 특별한 응원을 보냈습니다. "미국 진출에 성공한 황유민이 방까지 찾아와서 격려해줬어요. 끝까지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고, 자신을 믿으라고 조언해줬죠."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컸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을 믿으라"는 한마디가 이율린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같은 꿈을 꾸던 친구. 먼저 성공한 친구가 손을 내밀어 준 것. 그것이 이율린에게는 가장 큰 응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상상인·한경 와우넷오픈, 운명의 4일
81번째 출전
이번 대회는 이율린의 81번째 출전 대회였습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약 2년간, 매주 대회에 출전했다는 의미입니다. 매주 새로운 코스, 다른 기후 조건, 변화하는 경쟁자들과 싸우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습니다.
81번 중 절반이 넘는 순간들이 컷 탈락으로 끝났습니다. 준우승도 한 번 있었죠. 하지만 우승은 없었습니다.
3라운드까지의 선전
대회 3라운드까지 이율린은 단독 선두를 달렸습니다. 특히 3라운드에서는 무려 9타를 줄이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죠.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할 수 있다."
자신에게 되뇌었을 겁니다. 하지만 골프는 마지막 홀까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최종 라운드의 위기
최종 라운드에서 이율린은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습니다.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던 박지영이 보기 없이 5타를 줄이며 12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쳤죠.
2타 차. 패색이 짙어 보였습니다. 박지영은 통산 10승을 거둔 베테랑. 이율린은 아직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
그 순간, 포기했다면 어땠을까요? "이번에도 안 되는구나" 하고 고개를 떨구었다면?
기적을 만든 마지막 두 홀
17번 홀의 기적
하지만 이율린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7번 홀(파5)에서 4.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1타 차로 추격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홀이 남아있었으니까요.
18번 홀의 극적 동타
18번 홀(파4), 6m에 가까운 먼 거리였습니다. 홀컵은 너무 멀어 보였죠.
공은 굴러갔습니다.
그리고 들어갔습니다.
갤러리석이 들썩였습니다. 동타. 연장전이 확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KLPGA 투어 시즌 최장 5차 연장전
18번 홀에서 진행된 1, 2차 연장전, 두 선수 모두 파를 기록했습니다. 핀 위치를 옮겨 진행된 3, 4차 연장전에서도 승부는 나지 않았습니다.
올 시즌 최장 연장전이었습니다. 관중들의 심장도 덩달아 뛰었을 겁니다.
그리고 5차 연장전.
박지영이 프린지에서 퍼터로 굴린 공을 홀컵에 붙여 파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이율린 차례. 약 8m 거리의 버디 퍼트. 이것이 81번째 도전의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공은 정확히 홀컵 안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생애 첫 우승. 81번째 도전 끝에.
우승이 가져다준 것들
2억 1,600만 원보다 소중한 것
우승 상금은 2억 1,600만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율린이 얻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선물은 바로 '2년 시드'였습니다.
시드전 위기에 놓였던 그녀는 우승으로 단숨에 향후 2년간의 출전권을 확보했습니다. 이제 다음 시즌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정적으로 자신의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거죠.
두산건설의 2024년
이율린의 우승은 소속팀인 두산건설 골프단에게도 특별했습니다. 두산건설 골프단은 이번 시즌 총 4승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KLPGA 투어에서 메디힐 골프단(5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입니다.
2023년 야심 차게 출범했지만 2년 동안 단 한 승도 거두지 못했던 두산건설은, 2024년 박혜준의 롯데오픈 우승, 김민솔의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에 이어 이율린까지 우승하며 신생 구단의 기적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이율린의 플레이 스타일과 특징
시드전 1위의 저력
2025 시즌을 앞두고 치러진 KLPGA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이율린은 수석을 차지했습니다. 3라운드까지 보기는 1개만 허용하고 버디를 20개나 낚아채며 중간합계 19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올랐죠.
이율린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샷을 핀 가까이 붙이면서 버디 찬스를 많이 만들어냈고, 그 찬스를 놓치지 않은 퍼트도 좋았다. 타수 차이와 상관없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으려 했던 마음가짐도 시드전 수석에 한몫을 한 것 같다."
침착함과 집중력
이율린의 가장 큰 무기는 침착함입니다. 5차 연장전이라는 극한의 긴장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8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상반기 내내 컷 탈락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멘탈리티. 그것이 81번째 도전에서 결실을 맺었습니다.
23세 이율린, 앞으로의 행보
동계훈련과 다짐
이율린은 우승 후 "내년에는 작년과 올해에 했던 실수를 하지 않고 어른스러운 골프를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겨울에 태국에서 5주 정도 동계훈련을 진행할 계획인데, 샷 정확성을 높이고 쇼트게임을 보완해서 2025시즌에는 다시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내비쳤습니다.
더 높은 무대를 향해
첫 우승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율린은 이제 2년 시드를 확보하며 안정적으로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국가대표 출신의 재능, 시드전 1위의 실력, 그리고 81번의 도전 끝에 얻은 우승의 경험. 이 모든 것이 이율린을 더 강한 선수로 만들 것입니다.
친구 황유민이 LPGA 투어로 진출한 것처럼, 이율린 역시 언젠가는 더 큰 무대에 도전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전에 KLPGA 투어에서 먼저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킬 것입니다.
우리가 이율린에게서 배우는 것
포기하지 않는 힘
81번. 쉽지 않은 숫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번, 20번 실패하면 포기합니다. "내 길이 아닌가봐" 하고 돌아서죠.
하지만 이율린은 81번째까지 갔습니다. 절반이 넘는 컷 탈락, 시드전 위기, 수많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을 믿었습니다.
자신을 믿는 용기
"끝까지 하다 보면 기회가 온다. 자신을 믿어라."
친구 황유민의 조언처럼, 이율린은 자신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증명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믿어주는 사람들, 응원해주는 사람들,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들. 이율린에게는 두산건설 골프단이 있었고, 친구 황유민이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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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82번째 도전을 향해
2025년 10월 19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의 5차 연장전. 그날의 감동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이율린의 이야기는 단순한 골프 선수의 우승 스토리가 아닙니다. 이것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기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싸우는 사람이 결국 승리한다는 증명입니다.
이제 이율린의 82번째 도전이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시드전 걱정 없이, 오롯이 자신의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첫 우승이 마지막 우승이 아닐 겁니다.
23세 이율린. 국가대표 출신의 재능, 81번의 도전 끝에 얻은 우승,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멘탈.
이 모든 것을 갖춘 이율린의 앞날이 기대됩니다.
"81번째 도전에서 드디어 꿈을 이뤘어요.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 이율린, 2025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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